올해부터 9·7급 연령제한 폐지
주부 · 직장인 학원가에 몰려
주부 김모씨(36·여)는 올해 초부터 공무원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남편이 버스운전 일을 하고 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한 첫째
아들의 교육비를 보태야겠다는 생각으로 공무원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육아문제 때문에 학원을 다니지 못하는 대신 집에서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본다. 시험정보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얻는다. 김씨는 “가끔 시어머니가 애들을 봐주는 날에는 집 근처 도서관으로 나간다”며
“남편도 쉬는 날에 애들을 맡는 등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부 공시족’(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공부 바람이
뜨겁다. 올해 실시되는 공무원시험부터 응시자 연령제한(9급 33세·7급 35세)이 없어지면서 ‘엄마의 도전’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1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9급 국가공무원 공채시험 응시자 14만670명 가운데 33세 이상은 1만2556명으로 전체의 8.9%를
차지했다. 이 중 여성은 2898명에 이른다.
주부들은 계속된 경기침체로 살림살이가 빠듯해져 맞벌이 수단 가운데 하나로 공무원시험을 택하고 있다. 직업의 안정성과 근무외 시간활용 등을 고려할 때 여타 직장보다 유리한 조건이라는 게 이유다.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낮 시간에 수강하는 주부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고시학원을 다니는 주부 윤모씨(35)는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며 “주변 친구들도 시험일정이나 과목 등을
물어보며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말했다.
학원 관계자들은 ‘노량진 공시족’ 가운데 10%를 주부나 직장인으로 보고 있다. 이그잼 고시학원은 지난해 9월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반을 개설하기도 했다. 이그잼 마케팅전략본부 김성미 차장은 “주부들은 보통 낮에 수업을 듣고
자녀와 남편이 귀가하는 저녁에는 인터넷 강의로 복습한다”며 “스타 강사가 강의하는 수업의 수강생 500명 가운데
100명 정도는 30~40대”라고 말했다. 또다른 학원 관계자는 “올해 30대 이상의 공무원 합격자들이 많아지면
내년부터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부들이 자주 모이는 커뮤니티에는 늦깎이 공시족이 되려는 주부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82쿡’의
아이디 ‘공무원 가능?’은 “직장생활 8년 하다가 그만둔 37세 주부인데 지금 공무원시험에 도전해도
현실적으로 문제가 없을까요”라고 물었다. 아이디 ‘masca’도 “공무원시험 정보는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며 “41세 주부의 재도약에 힘을 실어달라”고 적었다.
그러나 산업 전반의 일자리 기근으로 공무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등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9급 공무원의 경쟁률도 60 대
1에 이르고 있다. 20대 학생들과의 경쟁이 부담스러운 주부들은 10급 기능직 공무원으로 눈을 돌리기도 한다. 기타 인터넷 동영상
강의업체 관계자들도 “ ‘지금 시작해도 될까요’라고 묻는 주부들의 문의전화가 많이 오고 있는데 주로
10급 공무원에 지원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