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왜 읽는지를 넘어
어떻게 읽을지를 고민할 때

부담은 없이 사색은 깊이,
소설과 함께 인문의 숲 거닐기

청춘과 열정, 갈림길과 장애물을 모두 지나 지천명에 이른 나이, 어떤 책을 어떻게 읽고 있는가? 소설을 즐기기엔 시간에 쫓기고, 인문서를 파고들기엔 겁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책은 매달 수백 권씩 쏟아져 나온다. 책의 망망대해 앞에서 망연자실했다면 이제 무엇을 왜 읽는지를 넘어 ‘어떻게’ 읽을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소설이든 인문서든 결국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결국 소설에서도 인문에서도 우리는 세계와 인생을 보게 된다. 그러니 소설을 젊었을 적 잠시간 읽던 그저 재밌는 얘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면, 소설을 반밖에 읽지 못한 것과 다름없다. 동서고금을 관통하며 여전히 명작의 반열에 올라 있는 고전, 그리고 시대에 발맞춰 새롭게 탄생하는 모든 ‘잘 쓴’ 작품에는 수많은 인문학적 의미와 인간 본질의 성찰이 숨어 있다. 저자는 좋은 소설 한 권을 읽는 것은 뛰어난 인문학 서적 여러 권을 읽는 것과 같다고 말하면서 이를 ‘소설 인문학’이라고 칭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도스토옙스키나 고골, 푸시킨과 같은 작가들의 명작으로 당대 러시아의 역사를 짚어나간다. 시베리아를 개간할 ‘공짜 노동자’들을 차출할 목적으로 시작된 ‘시베리아 유형소’의 이야기부터 예카테리나 여제가 정통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한 ‘청동 기마상’에 녹아든 서민들의 피와 눈물까지, 익숙하지 않은 러시아 역사가 소설을 매개로 흥미롭게 펼쳐진다. 또, 《레베카》로 인간과 분리할 수 없는 ‘질투’라는 감정을 그 본질과 특징, 신들이 질투에 얽힌 이야기까지 들려주고, 에드거 앨런 포의 〈검은 고양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 등으로 동물과 위스키, 요가와 호텔 등 미처 알지 못했던 일상의 인문학까지 소개한다.

오십은 젊었을 적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기 좋은 나이다. 나이에 따라 읽는 감상이 달라진다는 말도 있듯이 오십의 경륜은 이전에는 읽어내지 못했던 책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게 해준다. 그리고 이 책에서 소개하는 ‘소설 인문학’ 읽기는 당신의 독서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한 권의 소설을 읽어도 줄거리만 즐기기보다 시대의 역사, 종교의 의미, 인간의 본질을 읽어낸다면 독서와 함께 인생은 더욱 풍요로워질 테다. 그렇다고 부담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 소설을 매개로 읽는 인문은 재미는 더하고 무게는 덜기 때문이다. 이 책은 때로는 진중하게, 때로는 가뿐하게 문학과 인문을 넘나드는 ‘조금 다른’ 독서의 세계로 들어서는 문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