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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 (이옥남) (양철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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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구분 : 에세이
크기 : 200*145
페이지수 : 224
출판사 : 양철북
저자 : 이옥남
ISBN : 9788963722771
출간일 : 201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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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아흔일곱 할머니의 다정한 사계절"

      1922년 강원도 양양군 서면 갈천리에서 누군가의 딸로 태어나 열일곱 살에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어 그렇게 한평생을 살아온 사람. 복숭아꽃 피면 호박씨 심고, 꿩이 새끼 칠 때 콩 심고, 뻐꾸기 울기 전에 깨씨 뿌리고, 깨꽃 떨어질 때 버섯 따며 사계절 자연 속에서 일과 함께 사는 사람. 아흔일곱 살 이옥남 할머니는 남편 없이 홀로 지내다 보니 적적해서, 또 글씨 좀 나아질까 싶어 도라지 판 돈으로 공책을 사서 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꼬박 30년 동안 글을 썼고, 그렇게 써온 일기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에는 할머니가 만난 자연과 일, 삶에 관한 진솔한 기록이 차곡차곡 담겨 있다. 무성하게 자라난 잡초를 뽑으면서도 죄를 짓는 것 같다 하고, 빨간 강낭콩은 빨개서 이쁘고 그냥 강낭콩은 깨끗해서 이쁘다 하고, 자식들한테 용돈을 받으면 고마우면서도 마음 아프다 한다. 작은 생명도 귀하게 여기고, 자식과 손주에게는 넘치도록 사랑을 쏟으며, 이웃에게는 정성으로 대하는 이옥남 할머니. 그 모습 속에서 우리 엄마, 우리 할머니가 보여 정겨우면서도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할머니의 맑고 다정한 글을 대하며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강원도 양양 송천 마을에 사는 이옥남 할머니가 1987년부터 2018년까지 쓴 일기 가운데 151편을 묶어서 펴낸 책이다. 할머니는 어릴 적 글을 배우지 못했다. 아궁이 앞에 앉아 재 긁어서 '가' 자 써 보고 '나' 자 써 본 게 다인데, 잊지 않고 새겨 두고 있었다. 시집살이할 적엔 꿈도 못 꾸다가 남편 먼저 보내고 시어머니 보낸 뒤 도라지 캐서 장에 내다 팔고 그 돈으로 공책을 샀다. 글씨 좀 이쁘게 써 볼까 싶어 날마다 글자 연습한다고 쓰기 시작한 일기를 30년 남짓 썼고 지금도 쓰고 있다.


      할머니는 아흔일곱 살이 되어도 뭣이든 들여다보고 있으면 신기하다. 그래서 할머니 눈으로 만난 새소리와 매미 소리, 백합꽃, 곡식마저도 새롭게 다가온다. 도시로 나가 사는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 작은 벌레 한 마리도 예사로 보지 않는 따뜻한 눈길…… 커다란 사건이 있는 게 아닌데도 다음 장이 궁금해진다. 다음 날엔 또 어떤 이야기가 있나 하는 마음으로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 사람의 삶에 푹 빠져든다. 자식들 이야기에서는 뭉클하기도 하고. 그래서 문득 어머니가 생각나 멈추게 된다. 


      한 사람의 지극한 이야기에서 어머니를 만나고, 또 어느 순간에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 모습을 보게 된다. 사람들은 더 크고 더 좋은 것을 바라며 살아가지만 사실 우리 삶은 일하고, 밥 먹고, 자식 생각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사는 것이지 않을까. 참 평범하지만 소박한 일상이 주는 힘. 더구나 자연 속에서 평생을 한결같이 산 한 사람의 기록이 더할 나위 없이 맑고 깊다. 그래서 그 삶이 우리 삶을 위로해 준다.











      목차


      봄 

      투둑새 소리에 마음이 설레고


      풀과 꽃은 때를 놓칠까 서둘고 16

      개구리 먹는 기 입이너 18

      손자 자취방 22

      나간 돈 25

      꿈에 본 것 같구나 28

      까마귀는 일 하나도 않고 31

      늘 곁에 두고 보고 싶건만 34

      하눌님이 잘 해야 될 터인데 41

      뭣을 먹고 사는지 45

      고 숨만 안 차도 53

      작은 딸 전화 받고 막내아들 전화 받고 57

      오래 살다 보니 59

      조팝꽃 피면 칼나물이 나는데 67


      여름 

      풀이 멍석떼처럼 일어나니


      디다볼수록 신기하게만 73

      비가 오니 새는 귀찮겠지 77

      사람도 그와 같았으면 81

      호호로 백쪽쪽 86

      꿈같이 살아온 것이 90

      다 매고 나니 맘에 시원하다 93

      한티재 하늘 95

      강낭콩 팔기 98

      빨간 콩은 빨개서 이쁘고 100

      돈복이가 잘 부르는 노래 103

      지금은 내 땅에 심그니 108

      친구 할매 112

      매미가 빨리 짐 매라고 114

      어찌나 사람이 그리운지 119


      가을 

      사람도 나뭇잎과 같이


      산소에 술 한잔 부어놓고 126

      점심도 안 먹고 읽다 보니 133

      사람이라면 고만 오라고나 하지 136

      도토리로 때 살고 139

      편지 144

      거두미 147

      그 많던 까마귀는 어딜 갔는지 150

      메주 쑤기 154

      부엌이 굴뚝이여 156

      방오달이 158

      믹서기 163


      겨울 

      뭘 먹고 겨울을 나는지


      묵은 장 169

      겨우 눈을 쳤지 171

      왜 그리 꾀 없는 생각을 했는지 174

      <작은책>을 들고 읽다 보니 176

      사람이고 짐승이고 담이 커야 181

      마을회관 183

      오늘은 내가 제일인 것 같구나 185

      사는 게 사는 거 같겠나 189

      자다가도 이불을 만자보고 193

      나 살아완 생각이 나서 194

      동생 머리가 옥양목 같아서 198

      손으로 뭘 만져야 정신이 드니 202

      어떻게 이해성이라고는 없는지 205

      노래 글씨가 나와서 보고 불렀다 207

      또 봄일 하느라고 바쁘겠지 209


      책을 내면서 211

      할머니 이야기(손자 탁동철) 215








      책 내용보기


      P.15 : 산에는 얼룩 눈이 여기저기 쌓여 있는데 들과 냇가에는 

      버들강아지가 봉실봉실 피어 있고 동백꽃도 몽오리가 

      바름바름 내밀며 밝은 햇살을 먼저 받으려고 재촉하네. 

      동쪽 하늘에는 밝은 해가 솟아오르고 내 마음은 일하기만 바쁘구나. 

      봄이 오니 제일 먼저 투둑새가 우는구나. 

      좀 더 늦어지며는 또 제비새끼가 저 공중으로 날아오겠지. (1988.3.18)


      P.18 : 개구리가 울었다고 밀양집 할멈이 와서 얘기했다. 

      그 전에 공수전 갑북이 할멈 살았을 땐 개구리를 구워서 

      다리를 들고 몸에 좋다고 이거 먹어보라 해서 내가 그기 

      입이냐고 개구리를 먹는 기 입이너 하고 내밀어 쐈는데, 

      그 할멈재이도 오래 못 살고 죽었다. (2013.3.14)


      P.45 : 콩을 심는데 소나무 가지에 뻐국새가 앉아서 운다. 

      쳐다봤더니 가만히 앉아서 우는 줄 알았더니 몸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힘들게 운다. 일하는 것만 힘든 줄 알았더니 우는 것도 쉬운 게 아니구나. 

      사람이고 짐승이고 사는 것이 다 저렇게 힘이 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힘들게 운다고 누가 먹을 양식이라도 주는 것도 아닌데 

      먹는 것은 뭣을 먹고 사는지. (2006.5.19)











      지은이 : 이옥남  


      1922년 강원도 양양군 서면 갈천리에서 태어났다. 열일곱에 지금 살고 있는 송천 마을로 시집와 아들 둘, 딸 셋을 두었다. 복숭아꽃 피면 호박씨 심고, 꿩이 새끼 칠 때 콩 심고, 뻐꾸기 울기 전에 깨씨 뿌리고, 깨꽃 떨어질 때 버섯 따며 자연 속에서 일하며 산다. 글씨 좀 이쁘게 써 볼까 하고 날마다 일하고 집에 돌아와 일기를 쓰기 시작한 지 30년이 넘었다. 글쓴이가 만난 자연과 일, 삶을 기록한 글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아흔일곱, 할머니가 짓는 맑은 하루하루

      그 삶이 주는 다정한 위로


      할머니는 아흔일곱 살이 되었다.

      눈 뜨면 밭에 가서 일하고, 산에 가서 버섯 따고 나물 캐고, 그걸 장에 내다 팔아 아이들 키우고 이때까지 살아왔다. 

      일곱 살에 여자는 길쌈을 잘해야 한다며 삼 삼는 법을 배웠고, 아홉 살에는 호미 들고 화전밭에 풀을 맸다. 여자가 글 배우면 시집가서 편지질해 부모 속상하게 한다고 글은 못 배우게 했다. 글자가 배우고 싶어서 오빠 어깨 너머로 보고 익혔지만 아는 체도 못 하고 살았다. 그러다가 남편 죽고 시어머니 돌아가신 뒤에야 글을 써 볼 수 있게 되었다.

      “글씨가 삐뚤빼뚤 왜 이렇게 미운지, 아무리 써 봐도 안 느네. 내가 글씨 좀 늘어 볼까 하고 적어 보잖어.” 하시며 날마다 글자 연습을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적은 글은 일기라기보다는 시가 되었다. 그 기록이 소녀처럼 맑다.


      할머니는 그저 잠만 깨면 밭에 가서 일한다. 김을 매면서 뽑혀 시든 잡초 보고 미안하고 미안해서 사는 게 모두 죄짓는 일이라 한다. 눈 쌓인 겨울에는 산짐승들이 무얼 먹고 사나 걱정이 한가득이고, 불난리에 집 잃은 이웃을 위해 고이고이 아껴 둔 옷가지를 챙긴다. 농사지은 것들을 장에 내다 팔고 먼 데 자식들 소식에 전화를 기다리고 다시 맞는 저녁에는 그리움이 밤처럼 쌓인다. 

      그러다 가끔, 몸에 좋다며 개구리를 잡아먹던 갑북네 할멈도 먼저 갔다고 나직이 내뱉고, 비오는 날 일 못 하고 집에 있는데, 옆집 세빠또 할멈이 어찌나 말 폭탄을 터뜨리는지 내일 또 비 오면 올 텐데 어쩌나, 걱정하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빵 터진다.

      강낭콩을 팔려고 오색에 갔다가 나이 들어서 젊은 사람한테 ‘사시오, 사시요’ 하니 부끄럽지만 그래도 애써 가꾼 생각하며 문전 문전 다닌다. 아흔일곱 살이 되었는데도 어디서든 만나면 깜짝 놀랄 만큼 싫은 사람도 있다. 이웃한테 싫은 소리 듣고 와서 분해하기도 하고, 송이 따러 갔다가 잡버섯에 속았다고 신경질도 낸다. 또 어느 날 하얀 백합을 보고는 깨끗하고 즐거워서 사람도 그와 같으면 좋겠다 한다. 

      어디 가든 늘 둘이 함께였던 동무 할매도 저세상으로 가고, 먼 산에 눈 오려는지 아지랑이처럼 안개 돌고 바람 부는 날. 밖에 비 오고 조용한 빈방에 똑딱똑딱 시계 소리만 들리는 저녁. 별이 총총 뜬 밤을 지나는 할머니의 날들에서 조용한 풍경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도 할머니처럼 나이를 먹어 간다. 맑고 소박하고 다정하게.


      ‘봄날은 간다’ 

      젊고 눈부셨던 그날들이 아스라이 멀어지는 경험을 한 이들이라면, 한번쯤은 읊조리듯 내뱉었을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말 뒷면에서 나이 든 부모들의 시간을 낡고 바래 가는 희미한 시선으로 보지는 않았나 화들짝 놀란다. 할머니의 “글자들”을 읽으면서, 그 하루하루를 보면서. 그 삶이 어쩌면 세상 모든 어머니들이 걸어온 길이기도 하고,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기도 하기에. 

      이옥남 할머니의 하루하루는 늘 새것이다. 글을 읽으면 할머니의 봄날은 흘러가 버린 것이 아니라 아흔일곱 세월의 주름 속에 수줍게 숨어서 머물고 있구나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하루하루 정성을 다해 살아가고 또 그걸 글에 담았다. 한 자락도 꾸밈없고, 관념 없이 투명하고 맑다. 세상에 익숙하고 길들여질 이유 없는 자연과 마주하며 일하고 살아서 그랬으리라.

      그 맑음과 정성 다한 하루에서 할머니의 삶이 주는 다정한 위로가 배어난다.


      편집자 글


      할머니, 고맙습니다


      할머니를 처음 뵌 게 2001년 2월 25일이었습니다. 전날 양양에 눈이 엄청 내려서 가는 곳마다 눈밭이었습니다. 울도 담도 없이 블록으로 지은 작은 집, 담벼락에 삽 한 자루가 기대 서 있었던 게 기억납니다. 저 삽으로 하루 종일 눈을 치우셨겠구나 했거든요. 사람 소리에 할머니가 나오셨는데, 자그마한 키에 볼이 발그레하니 고우셨어요. 아무것도 없이 혼자 있는 늙은이 집에 왔다고 옷장에서 사탕도 꺼내고 차도 내오고 나중엔 밥상까지 차리셨어요. 되직하게 끓인 된장에 감자조림, 동치미. 찬이 없다고 걱정하셨지만 참 달고 맛나게 먹었습니다.

      2009년 새해에는 할머니가 쓴 글을 모아 만든 문집 <깨모도 못 붓고 뻐꾹새 울 뻔했네>를 받게 되었습니다. 띄엄띄엄 보던 할머니 글을 한꺼번에 선물로 받은 느낌이었어요. 두고두고 아껴서 읽었습니다. 그렇게 또 10년쯤 세월이 흘렀습니다. 가끔 시 쓰고 글 쓰는 이야기 자리에서 할머니 글을 들려주면 사람들이 참 좋아했어요. 누가 쓴 글인가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학교를 다닌 적도, 글자를 배운 적도 없는 할머니가 글씨 좀 이쁘게 써 볼까 싶어 쓰기 시작한 ‘글자’가 저한테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게 보였습니다.

      책을 만들기 위해 1987년부터 2018년 봄까지 할머니가 쓴 글을 다시 읽는데,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20년 전에는 보이지 않았어요. 그때는 내가 사는 세계하고는 전혀 다른 산골 사는 할머니 이야기로만 생각했는데, 한 사람이 오롯이 살아온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눈 떠서 해질 때까지 쉼 없이 일하고, 자연 속에서 하루하루 깊어져 가는 삶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삶에서 문득 어머니가 보였습니다. 어머니가 살아온 하루하루는 어땠을까, 이렇게 할머니처럼 하루하루 걸어오셨겠지. 한 사람의 이야기에서 어머니 삶을 만나게 되었고, 지금 제가 살고 있는 모습까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감하느라 지쳐 있다가도 할머니 글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일하느라 뾰족해진 마음이 풀어지더라구요. 할머니 글이, 할머니 삶이 저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햐얀 백합이 보기에도 깨끗하고 즐거워서 사람도 그와 같았으면 좋겠다”고 하신 할머니처럼 저도 제 삶을 그렇게 채워 가고 싶습니다. 할머니 책을 만들면서 제 삶의 한 부분을 채울 수 있어서 다행이고 고맙습니다. 

      2018년 3월 어느 날 팟캐스트(학교 종이 땡땡땡) 이야기 손님으로 할머니가 오셨는데, 그때도 여전히 할머니는 맑고 고우셨어요. 7월에는 마을회관에서 아흔일곱 번째 생신잔치를 한다고 합니다. 늘 그리운 자식들, 손주들이 모두 모여서 할머니는 얼마나 좋으실까요. 그날 《아흔일곱 번의 봄여름가을겨울》을 할머니께 선물로 드릴 수 있어 벌써 마음이 설렙니다. 


      이혜숙(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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